AI는 데이터를 읽지만, 인간은 존재를 읽는다
― 독서의 인간성 회복 기능에 대하여
AI가 읽는 것 vs 인간이 읽는 것
AI는 이제 놀라울
정도로 많은 글을 ‘읽고’, ‘생성’하고,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챗봇이나 생성형 AI는 말뭉치 기반의 텍스트를
학습해 문맥을 예측하고 단어를 배열한다. 그러나 여기서 AI가
읽는다는 것과 인간이 읽는다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AI는 ‘데이터’를 읽고 통계적으로 패턴을 예측한다. 반면, 인간은 ‘의미’를 읽고 그것을 ‘존재’의
차원에서 통합한다. 인간의 독서는 단지 텍스트를 따라가는 기술적 행위가 아니라, 삶 전체를 꿰뚫는 성찰이며 정체성의 통합 행위다.
독서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한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흡수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 문장을 통해 타인의 삶과 고통, 기쁨과 사유의 결을 따라가고, 그것을 자기 안에 ‘느끼고’ ‘반추’하며
때로는 ‘충돌’한다. AI는
이 과정을 겪지 않는다.
인간만이
가능한 이 독특한 독서 방식은 결국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며,
- 타인의 존재를 느끼는 공감,
- 나의 존재를 성찰하는 자기인식,
- 우리 모두의 존재를 꿰는 윤리적 책임으로 이어진다.
독서는 인간성 회복의 근육이다
AI 시대는 효율성과
자동화를 추구하며 인간의 ‘느림’, ‘실패’, ‘혼란’을 무가치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됨은 오히려 그 느린 사유와 감정, 불완전한 기억과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자라난다. 독서는 그 속도를 회복하게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훈련하는 일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 생각하는 근육,
- 공감하는 감정,
- 기억하는 인격,
- 선택하는 의지를 되찾는다.
이것은
곧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성의 핵심이다.
인간다움의 회복, 독서에서 다시 시작해야
기계는
언제나 빠르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며, 오류 없이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인간은 경험과 관계, 이야기와 실존
속에서 유보하고, 머뭇대며, 더 나은 의미를 찾아간다. 이 ‘머뭇거림’이야말로
인간의 위대함이며, 독서는 그 위대함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 고전 한 권, 시집
한 권, 수필 한 권이 우리 안에 감춰진 존재의 결을 드러낸다. 우리는
그것을 통해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에서 “성찰하는 인간(Homo contemplativus)”으로 나아간다.
AI 시대, 책은
다시 ‘인간을 위한 성소’다
책은 데이터를
넘어서 존재를 담는 그릇이다.
AI가 읽을 수 없는 사랑, 용서, 고통, 침묵, 그리고 초월의 감각은 오직 인간의 독서 속에 살아
있다.
그러므로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독서란, 존재의 본질을
되찾는 예배이자 훈련이다.
우리가 다시 책을 펴는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 돌아간다.
AI 시대, 읽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세상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인간은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다.
스크린은 빠르게 말하고, 알고리즘은 먼저 생각하고, 우리는 판단을 ‘위임’하는 데 익숙해졌다.
AI는 책을 분석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 척하고, 기억하지 못하며, 스스로 사유하지 않는다.
이 칼럼은 그런 시대를 향한 나의 독설이다.
여기서 말하는 독설은 ‘쓴소리’ 이전에 책을 읽는 자의 말이다.
‘讀說’ — 책을 읽고 시대를 말하고, 인간을 말하고, 나를 말하는 말.
나는 책을 통해 질문한다.
이것이 진짜 인간인가? 이게 제대로 된 삶인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현수의 독설〉은 책을 읽되, 그냥 읽지 않는다.
-
생각 없이 소비하는 독서를 거부한다.
-
감정 없이 감탄만 하는 독서를 비판한다.
-
해석 없는 인용만 하는 독서를 해체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언제 인간다워졌는가?”
다음 주제 예고
"기계는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만이 가능한 ‘공감 독서’란
무엇인가?"
공감 능력을 잃어가는 AI 시대, 독서가 어떻게
타인의 고통과 삶에 닿게 하는지를 탐구합니다.